데이터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 클릭 한 번, 구매 한 번, 상호작용 하나하나가 디지털 발자국을 남기고, 우리의 취향과 욕구, 필요를 드러내는 빵 부스러기처럼 흩뿌려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풍부한 정보는 오히려 우리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로 만들며, 무관한 정보의 소음 공격에 시달리게 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스팸 메일부터 섬뜩할 정도로 구체적이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품 추천까지, 개인화에 대한 기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스럽고 비인격적인 경험으로 변질되었다.
이러한 역설은 와튼스쿨 교수이자 개인화 전문가인 다니엘 맥카시의 TED 강연과 그의 심층 연구의 핵심 주제이다. 전 세계 1,000명 이상의 팀을 이끌며 브랜드의 고객 경험 개선을 돕는 맥카시 교수는 진정한 개인화는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메시지, 더 많은 타겟 광고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적을수록'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데이터에서 얻은 통찰력을 활용하여 더 빠르고, 더 저렴하고, 더 편리한 경험을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개인화의 핵심이다.
맥카시 교수는 강연에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개인화의 실패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광견병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개에게 물려 부상을 입은 그는 단골 병원에서도 매번 똑같은 양식을 작성해야 했고, 오랜 대기 시간 동안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그가 말하는 "개인화된 고객 경험의 정반대"였다. 반려견이 죽은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반려견 간식 추천 이메일을 받는 친구, 지팡이를 선물한 삼촌에게 보청기 광고가 쏟아지는 자신의 경험, 9개월 만에 배송된 식기세척기가 파손되었음에도 같은 회사에서 계속해서 식기세척기 추천 메일을 받는 답답한 상황 등은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개인화의 실패 사례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맥카시 교수팀은 '개인화 지수(Personalization Index)'를 개발했다. 0점부터 100점까지의 점수로 브랜드의 개인화 수준을 측정하는 이 지표는 넷플릭스, 스타벅스와 같은 개인화 선두 기업뿐 아니라 정신 건강 앱 SonderMind처럼 덜 알려진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는 데 활용되었다. 반면 금융 서비스, 보험, 의료 등의 업계는 개인화 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화 선두 기업들이 후발 기업들보다 10% 더 빠른 성장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높은 고객 만족도를 달성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향후 5년간 2조 달러의 추가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맥카시 교수는 이러한 성공의 비결로 '적을수록 더 많다(Less is more)'는 원칙을 강조한다. 브랜드가 고객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이해한다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광고, 제안, 메시지, 스팸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구축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길이다.
미국의 금융 서비스 회사인 피델리티는 '적을수록 더 많다'는 원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피델리티는 고객의 투자 목표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일대일 상담 및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고객의 다음 경험을 미리 고려하여 서비스를 설계한다. 또한 고객의 상황 변화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하게 제거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자녀를 출산하여 생명 보험 수혜자를 업데이트하면, 대학 학자금 계좌 개설의 이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투자 경험이 적은 고객에게는 짧은 동영상을, 숙련된 투자자에게는 심층 분석 기사를 제공하는 등 고객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피델리티는 고객 참여율과 서비스 신청률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피델리티처럼 개인화에 성공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맥카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개인화 선두 기업은 전체 기업의 10%에 불과하며, 나머지 기업들은 여전히 스팸 메일과 무분별한 광고로 고객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콘텐츠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맥카시 교수는 기업들이 단순히 제품 판매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개인화를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때 고객은 기꺼이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며, 이는 기업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소비자들 역시 불필요한 정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기업들이 개인화에 대한 책임감을 갖도록 촉구해야 한다.
맥카시 교수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분노의 이면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느낌, 반응하지 않는 비인격적인 세상의 톱니바퀴가 된 듯한 느낌"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량 생산과 디지털 광고의 시대를 거치며 비인격적인 관계에 익숙해진 우리는 이제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노력하여 개인화를 되찾아야 한다. 진정한 개인화는 단순한 마케팅 전략을 넘어, "보이고, 들리는 존재"로서 존중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