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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들이여, “여유율”을 이해하라.

Jul 19, 2023
4 min read|

며칠 전 모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직원들이 출근시간에 딱 맞춰 오거나 3~5분 정도 늦게 오고, 퇴근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퇴근 시간 10분전에 자리를 뜨기도 하며, 가장 골치아픈 문제는 점심시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가 하는 말을 다 듣기로 했다.

직원들이 점심시간 12시도 되기 전에 11시 40분이면 식사를 하러 나간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경영진이 인사팀에 뭐라 뭐라 한 모양이었나보다. 인사팀은 이에 대해 12시가 되야 식사하러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인사조치를 하겠다는 좀 강력한(?) 의지를 담은 공지문을 띄웠다. 그러나 그 회사는 50층~52층에 사무실이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자 빌딩에 입주한 다른 회사 직원들이 몰려나오니 엘레베이터를 타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많은 직원들이 12시 20분이 되서야 빌딩 밖을 나서게 되니 직원들 입장에서도 불만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하려고 조금 일찍 식사하러 나가는 것이지 좀 더 쉴려고 일찍 나가는 것도 아닌데 이 지경으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인사팀은 좀 아닌갑다.” 라며 직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인사팀은 좀 더 궁리하여 개선안을 내놓는데…

그 개선안은 짝수일, 홀수일로 짝수일에는 50층, 51층의 절반 정도 직원들이 11시 50분에 식사하러 나가는 것을 허용하고, 홀수일에는 52층 직원들과 그 나머지 직원들이 좀 더 일찍 나가는 것을 허용하는 안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인사팀에서 이러한 정책이 잘 지켜지는 지 직원들을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고, 일부 눈에 띈 직원들만 문책하기엔 형평성도 맞지 않은 터였다. 그래서 그 인사팀 담당자는 내게 급히 전화를 한 거였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나는 경영진에게 압박당하는 그 친구의 애타는 속도, 그리고 정책을 만들어도 잘 지켜질 수 없는 외부환경에 처해있다면, 그 정책은 무용지물의 정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경영진을 설득만 할 수 있으면, 그 전대로 그냥 놔둬~

그러나 그의 반응은 놀라웠다.

“네?! 그냥 놔두라고요? 그러면 회사 기강이 무너져요~!”

나는 그의 반응에 웃으며 답했다. 기강은 잡으려고 한다고 잡히는 게 아니라고. 직원들이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선만 정해놓고 이 선만 지키라고 했다.

자,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여유율”이다.

이는 내가 제조업 쪽에서 오랫동안 인사팀을 해오면서도 공장인력운용과 생산성 간 효율성 개선 프로젝트 등을 수없이 해오면서 생산쪽의 개념을 사무직에 차용해 갖고 온 것이다.

여유율이란, 작업 과정에서 작업이 불가피하게 지연되는 시간을 의미하며, 이는 보통 생산인력의 작업시간에 활용되는 개념이다. 여유율을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내경법, 외경법 등 여러가지 방법과 프로세스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이해하기 쉽게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여유율을 “80%”만 확보하여도 생산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사무직에 적용해보면, 사무직이 근무하는 8시간중 대략 100분 (정확히 96분) 정도는 여유시간으로 가져가도 된다는 점이다. (회사마다 경영진이 이 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적용 가능 여부가 정해지겠지만) 특히 사무직은 컴퓨터로 무작정 ppt를 만들고, 기획서를 만든다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커피 한잔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시간이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이다.

이를 그 친구에게 설명을 해주니, 100분 동안 직원들을 어떻게 놀리냐며 목소리에서도 울그락 붉그락 하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그에게 반문했다.

“보통 1시간 반 정도 하면 화장실도 가고~ 물도 한 잔 하고 커피도 한잔 하고 오잖아. 평균적으로 몇 분 정도 쓰는 것 같니? “ 대략 10분요?”

“아니~ 대략 20분에서 30분이야. 너가 의식조차 못하고 여유시간으로 쓰는 시간만 100분이 훌쩍 넘어갈껄? “

그제서야 그 친구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

점심시간 20분 정도 일찍 나가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많은 회사가 입주해 있는 꽤 큰 고층빌딩이라면, 점심시간에 더더욱 사람들이 밀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피해서 조금 일찍 나가는 것은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20분 정도의 여유시간은 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20분의 여유시간을 주면서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정해서 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나는 그에게 간단한 방안을 제시하였는데 아래와 같다.

  1.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까지 반드시 사무실로 복귀할 것.
  1. 점심시간을 확실히 공지할 것. 11시 40분부터 13시가 아닌 “12~13시”임을 재공지할 것. (인사팀에서 암묵적으로 인정할 여유시간 20분은 아예 말조차 꺼내지 말 것.)
  1. 11시 40분이 되기도 전에 식사하러 가는 직원 발견시, 반드시 경고하고, 경고 3번을 받은 직원은 반드시 징계할 것.
  1. 근무시간에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다른 물리적 방안을 강구할 것.
  1. 그리고 지금 시행하고 있는 층별 나가는 시간은 폐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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